🎬성적표의 김민영 (2021)
🕓러닝타임: 1시간 43분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감상 가능한 OTT 서비스: 넷플릭스, U+모바일tv
☑️대여/구매 가능한 플랫폼: 네이버 시리즈온, 구글 play 무비, U+모바일tv
수능을 90일 앞둔 날. 김민영, 유정희, 최수산나가 모여 삼행시 클럽을 해체합니다. 해체하기 전 마지막으로 김민영이 삼행시를 읊어요📃
김: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김씨들이 모여 가장 효용 없는 한 사람을 추방하자 회의를 했다.
민: 민영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변호하고 싶었다.
영: 영원히 제가 이대로 살아가진 않을 거예요.
<성적표의 김민영>을 여는 장면입니다. 뇌리에 콕 박히지 않나요?😎 영화를 보다가 반하게 되는 건 한순간인데, 때로는 주인공의 눈빛 때문이기도 하고, 멋진 연출, 대사 때문이기도 하죠. 저한텐 이 삼행시가 반한 모먼트였어요. 이 자리에 이렇게 모여서 아무도 관심없는 삼행시 클럽 해체식을 하는 여자아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직감했죠. 삼행시를 듣는 순간 자세를 고쳐앉게 되었어요.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요👀
삼행시 클럽이 해체되고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이제 사는 지역도 달라져 영상통화로 삼행시 클럽을 진행하지만, 수산나의 항의로 중단 위기에 놓이죠🥲 한편 정희는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성실히 일하던 테니스장에서 해고당합니다. 그런데 마침 민영이 서울에 있는 자기 집으로 놀러오라고 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트렁크 가득 짐을 싸가요. 민영과 재밌는 시간을 함께 보낼 거라고 기대하며 찾아간 정희는 뜻밖의 변수를 마주합니다.
도착한 날이 민영의 학점이 나온 날이었던 거예요🤯 민영의 성적은 처참합니다. 서울에 있는 학교로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민영에게는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에요. 민영은 교수에게 분주하게 메일을 쓰느라 정신이 팔려있는데, 거기엔.. 민영이 초대한 손님도 있지요😰 그냥 좀 정희가 알아서 대충 시간 때우고 놀다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민영에게 정희는 <김민영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목록을 내밀어요. 그 목록엔 '햇반으로 경단떡 만들기', '백덤블링 성공하기', '미니스케이트장 만들고 트리플악셀 성공하기', '밥 먹으면서 쏘우 보기' 같은.. 너무나 하찮고 귀여운 목록들이 있습니다. 민영이 아이디어를 내고 정희도 마음에 들어서 받아적은 목록이지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민영에게 정희는 한 시트콤의 에피소드를 들려줘요. 현실성은 없지만 정희의 로망이 담긴 에피소드입니다. 민영은 정희에게 너무 현실성이 없는 말을 한다고, 지금 정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부정하는 말을 합니다. 정희는 이렇게 대꾸해요. "바보여서 좋은 건데. 내 현실도 있는 거잖아."
급기야 민영은 손님인 정희를 집에 혼자 남겨두고 쪽지 한 장 달랑 남긴 채 교수를 만나러 가요😖 좀 너무하다 싶은 민영의 속마음은 민영이 집을 비운 사이, 정희가 우연히 민영의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드러납니다. 일기에는 정희가 몰랐던 민영의 생활, 그리고 정희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끔씩 이 친구의 상상력이 못 견디게 부럽다. 내가 효용이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부분이 저에겐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정희의 현실을 응원하면서도 민영을 '친한 친구가 이상하게 변했다'는 식으로 뭉게어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요. 영화가 인물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는 신뢰가 생겼어요🌈
세상은 효용과 생산성을 추구하고, 효용 있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거란 식으로 말하지만 실은 별거 아닌 게 우리를 살게 하지 않나요?🙂 누군가는 '그냥 알바'라고 할 수 있는 테니스장 알바에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전단지를 만드는 정희, 백덤블링을 잘하고 싶은 민영.. 다 조금은 바보 같지만 그래서 귀엽고 아름다운 것인데 말이에요.
학생이냐고 묻는 분식집 사장님에게 정희는 이렇게 답합니다.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민영이 일침한 것처럼 정희는 현실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여요. 수능날 손목시계가 없어 좌절하는 사람에게 자기 시계를 빌려주고(아마도 정희에겐 그 순간 시험을 잘 치는 것보다 자기 앞에서 세계가 무너진 애를 모른 척하지 않고 시계를 빌려주는 게 더 중요했겠지요), 이 달의 계획에는 세계문학전집 읽기, 개인기 만들기 같은 것들을 적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사는 게 맞다고 이정표처럼 들이미는 규범과는 거리가 있지요. 그래도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정희의 현실이고, 삶이에요🌟
정희는 민영의 집을 나서며 김민영에 대한 성적표를 남깁니다. 여러 평가 항목 중 이런 문장이 있어요. '마음과 행동 A. 내가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아, 그렇구나'하고 얘기를 들어줌. 밖이 아니라 안에서 나를 봐주고 있다는 느낌.' 친구로서 민영은 정희를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정희의 친구인 것이지요👭🏻
<김민영의 성적표>는 각자가 보내고 있는 '때'를, 아무리 친해도 결코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때'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올 '그때'에도 예전과 같은 우리다움이 있기를 소망해요🙏🏼
많은 것이 휙휙 변해가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것은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지요. 아름다운 걸 보면 감탄하는 마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무시하고 싶지 않은 마음, 마음껏 소리내어 웃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들은 커리어가 되지도 않고, 남이 쳐주기 나름이지만 그런 마음이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스스로 발견할 때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기도 해요😺
저는 테니스장 사무실에서 멍하게 앉아 있는 정희의 얼굴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무용하고 효용성 없는 것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그 소소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구독자님에게 추천해 드려요!🌱
🔎감상 포인트
1. 귀여운 연출이 몇몇 군데 있어요. 영화 속의 코너 같은 느낌이랄까요? 👀
2. 삼행시 클럽인만큼 삼행시 하는 장면이 몇 개 나와요. 조금 더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멋지고 귀엽답니다🥹
3. 여름의 장면들. 비 올 때 민영과 정희가 자전거를 타고 빗길을 달리는 모습은 여름 그 자체에요🍦
4. 과연 정희는 김민영에게 어떤 성적표를 주었을까요? 궁금하다면 끝까지 영화를 봐주세요!💁🏻♀️
5. 너무 하찮거나(좋은 의미로) 귀여워서 피식 웃게 되는 장면들이 있어요😄 님의 웃음 포인트는 어디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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