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타카노 후미코
🏷️발행: 2016.06
🎈종류: 만화
📃쪽수: 208쪽
《막대가 하나》는 총 여섯 편의 짧은 만화가 수록된 책입니다. 분명 이야기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줄거리를 설명한다고 상상하면 "음.." 하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어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중요한 만화라기보다 일상적인 한순간을 그려내는 만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집에서 초점을 두어 바라보는 인물은 작은 마을에 사는 신혼부부이기도 하고, 심부름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 인간의 집에 얹혀 사는 소인(엄지공주처럼 매우 작은 크기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모두 거창한 일을 벌일 것 같은 인물들은 아니지요.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소인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약간의 판타지 요소도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중에서도 '막대가 하나'라는 제목 「오쿠무라 씨의 가지」는 제게 이 작품집에 실린 만화 중 가장 인상적인 만화였어요.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오쿠무라 씨. 그에게 낯선 사람이 나타나 이렇게 묻습니다. "1968년 6월 6일 목요일 점심으로 무얼 드셨나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막대가 하나》에 수록된 「오쿠무라 씨의 가지」를 여는 질문이에요👀
님은 2023년 3월 23일의 점심 식사 메뉴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일기를 펼쳐보았는데, 해장으로 김치라면을 먹고 밥도 말아먹었다고 적혀 있네요.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갑자기 나타나 막무가내로 질문한 사람은 사실 인간도 아니고, 설정상 우주에서 온 '토쿠다'라는 자입니다. 토쿠다는 오쿠무라에게 20년도 전에 먹은 점심 식사를 기억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요리 연구가인 자신의 선배가 1968년 6월 6일 사고를 일으켰다고 오해를 받고 있는데, 선배는 그 시간에 오쿠무라의 점심 식사를 지켜보고 있었다고요. 만약 오쿠무라가 기억하는 점심 식사가 선배의 기억과 일치한다면 알리바이가 증명되어 선배의 누명이 벗겨질 것이라고 말이지요. 터무니없게 들리지만 토쿠다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당연히 기억할리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기억하지 못하는 오쿠무라에게 토쿠다가 하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질문을 받았다면 대답했을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묻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겠지만 기억한다면 대답했을지도 몰라요. 즐겁고 기뻐서 밥이 필요 없을 때도 슬프고 안타까워서 식욕을 잃었을 때도 전부 6월 6일의 연속인걸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저 가지의 그 후의 이야기인걸요."
전체적으로 여섯 편의 만화는 그리 친절하지도 않고, 독자들에게 공감을 유발하거나 웃기려는 의도도 없어 보입니다. 만화 속 풍경 하나하나를 유심히 뜯어보게 하는 오묘함이 있어요. 그림으로 치자면 풍경화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이따금 더 알고 싶어지는 사람을 알게 되면 비밀스럽게 그 사람의 얼굴을 샅샅이 바라보게 되지요. 이해하고 싶으니까요. 마치 그럴 때처럼 만화를 꼼꼼하게 읽어나가게 됩니다.
제가 이 책에 적은 책 구입 날짜는 2020년 4월 18일이에요. 2020년 4월 18일의 제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그땐 일기를 쓰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2023년 5월 18일에 책을 읽고, 뉴스레터를 썼다는 것, 뉴스레터를 쓰기 전에는 떡볶이를 먹고, 식탁에서 뉴스레터를 쓰다가 비가 와서 부엌 창문을 닫았다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할 것 같아요. 설령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기점으로 연속되는 게 있다는 건 어쩐지 묘한 기분이에요😌 조금 쓸쓸할 수도 있지만 재밌기도 하고요. (2023년 3월 23일 김치라면 그 후의 이야기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요..)
참! 이 책은 여름에 읽기에도 좋답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얇은 옷을 입고 있어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디선가 물을 머금은 초록 식물들의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
님, 주말에 읽을 것을 찾고 있으시다면 《막대가 하나》는 어떠세요? 창문을 조금 열고 초여름 바람을 느끼며 책장을 넘겨보셔요🙂
그럼, 저희는 다음주 수요일 메일함에서 또 반갑게 만나도록 하여요!
다가오는 주말 편안히 보내시기를 바라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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